조직위원들을 찾아가는 작은 인터뷰 코너! 각 영역과 지역에 있는 조직위원들이 어떤 설렘과 기대를 갖고 조직위원회에 함께 하게 되었는지 나누는 자리가 되길 기대합니다. 이번에는 특별편으로 돌아왔어요. <2024 체제전환운동포럼> 3일 모두 참석한 열정 넘치는 참가자, 항꾸네협동조합 핸내님을 인터뷰해 보았습니다. 다섯 명의 마을 이웃들과 함께 모든 세션에 출석한 핸내님의 따끈따끈한 포럼 후기를 전해드립니다.
조직위원회 릴레이 인터뷰 특별편 : 항꾸네협동조합 핸내
"서로가 서로한테서 답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곡성에서 농사지으면서 살고 있는 이한나, 핸내입니다.
곡성에 온 지는 1년 안 됐고요. 작년 3월에 항꾸네협동조합의 청년 자자공이라는 귀농귀촌 지원 프로그램으로 한 해를 살아봤어요. 거기서 처음 농사를 직접 지어보기도 하고 생태적으로 자급자족하는 농사가 무엇인지, 생활자립기술이나 향토음식 만들기 등등에 참여해보고 곡성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Q. 귀농을 결정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처음에는 농사를 지을 거라는 생각은 못 했어요. 서울에서 일할때 ‘이 삶은 뭔가 아닌데…?’ 싶어서 청년 자자공을 하러 곡성에 오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귀농이 아니라 귀촌을 하러 온 거였어요.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농사가 주인줄은 몰랐어요. (웃음) 가치관이 잘 맞는 친구들이 많아서 좋았고, 이 삶이 저에게 대안적인 삶이 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사실 청년자자공을 하면서도 농사가 제 삶의 주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한 해 동안 농사가 가진 가치와 의미를 깨닫게 되어, 농사가 주된 삶을 살아보고 싶어졌어요. 특히나 기후위기 시대에 흙을 살리고, 땅을 살리는 생태적 농사가 얼마나 중요한 지도 알게 됐고요. ‘농사는 자발성을 위한 투쟁이다!’와 같은 농사의 의미를 더 알게 되며, 농사를 평생 짓고 싶어졌어요. 그렇게 귀농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주로 자급자족 농사를 하고 있어요.
Q. 귀농인 핸내님이 체제전환운동포럼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체제전환이라는 단어 차제를 곡성에 와서 처음 들어봤어요. 체제전환, 굉장히 낯설고… 이 무슨 말도 안되는 큰 언어인가! (웃음) 마을에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상상력을 도모해보는 ‘틈’ 모임이 있는데요, 모임을 하다보면 ‘어떻게 체제전환을 할까?’가 상상이 잘 되지 않더라고요. 같이 모임 하는 연어가 조직위원회와 포럼을 제안해 주었는데, 포럼을 다녀오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가장 기대했던 세션은 주거권 세션과 농업 세션이었는데요, 올해 곡성에 정착하고자 집 계약을 했거든요. 집 계약 과정에서 집주인과의 불합리한 권력관계를 느꼈어요. 먼저 정착한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집주인이 무례한 말을 하거나 불시에 찾아오는 일이 빈번하더라고요. 그렇게 저는 돈을 벌어 집주인이 되겠다고 다짐했고, 말하고 다녔어요. 그랬더니 연어가 ‘그 전에 모든 주택을 사회화하자’라고 말했어요. 모든 집을 공공의 것으로 하자는 건가? 잘은 모르겠지만 포럼에 오면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신청했습니다. 이웃들과 서울에 가서 즐거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Q. 인상깊은 세션이 있다면?
인상깊은 세션은 당연 농과 주거였습니다. 제 삶과 너무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있어서 더 관심이 갔을 수도 있지만요. 왜 농업세션이 재미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현장의 이야기를 현장의 언어로 잘 풀어서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지 않았을까? 싶더라고요. 주거권 세션에서는 ‘집을 소유해도 불안정하다’는 말이 오래 남았어요. 원래는 내 집이 있으면 주거 안정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포럼을 통해 내 집 마련이 완전한 답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저희 마을에서 1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쓰레기소각장, 폐기물 처리장이 있어요. 오래전부터 있던 곳이지만 불법행위가 적발되어서 잠깐 가동을 중단한 상태인데, 개축하고 사업을 확장하려고 해요. 그래서 저희가 반대 시위를 하기도 했고요. 그런 생황을 떠올려보니 내가 집을 소유해도 똑같이 불안하겠구나, 집을 소유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세입자도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겠구나를 깨닫게 되는 세션이었어요.
Q. 기대와는 다르지만 방향성을 찾은 세션이었겠네요. 인상깊은 장면도 두 세션에서 나왔나요?
다릅니다. 인상적인 장면은, 단연을 100번을 붙이고 싶은데요. 인권연구소 창이 류은숙 토론자님의 토론이었어요. 포럼을 정말 통찰력있게 정리해주셔서 정말 시원했어요. 묵혀있는게 확 내려가는 느낌? 아쉬운 점과 맞닿아 있긴 한데요, 몇몇 발제와 토론에서 구체적인 주어나 주체가 빠져 있고 거대한 이야기만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몸 담고 있는 현장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내가 있는 현장이 어디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제가 포럼에서 느낀 아쉬운 점을 잘 말씀해주신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정말 카리스마 넘치고 멋있었어요.
Q. 포럼의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꼽아보자면?
같이 간 친구들과 같이 도시락 먹으면서 이야기 나눈 시간이 좋았어요. 자본주의 사회가 당연하지 않고 체제전환을 바라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여러 영역, 심지어 도시에서도 있다는 걸 알게된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어쩌면 가로지르기랑 연결되는 부분일 수도 있겠네요. 마지막으로! 농의 가치를 알릴 수 있어서 좋았어요. 체제전환에 농업이 빠져서는 안된다! 하고 연어가 제안을 해서 준비한 과정을 알기 때문에 더 그랬는데요, 농의 중요성이나 농촌에서의 삶, 이슈가 퍼뜨려질 수 있는 기회여서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아쉬운 점은 포럼에서 나온 언어들이 좀 어려웠던 것이에요. 체제전환운동이 일부 전문가가 아닌 모두의 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언어로 구성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럼으로써 많은 이들이 이 운동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고요. 이 말을 연어가 마지막에 해주었는데 공감이 되었어요. 함께 갔던 친구들과 포럼에서 나온 언어들을 소화하기 위해 자료집 공부모임을 하기로 했답니다.
Q. 포럼 이후, 정치대회에서 어떤 걸 나누고 싶으신가요?
돌아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셨는지 궁금해요. 새롭게 꿈꿔본 것, 이야기해본 것이 있나요? 포럼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으니 실질적으로 무엇을 당장 할 수 있을지, 당장 조금 해볼 수 있는 게 무엇일지 서로 질문하고 서로한테서 답을 찾을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서로 질문하고 서로에게서 답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핸내님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체제전환을 꿈꾸는 우리가 서로의 대안이라면, 답 역시도 우리 안에 있겠죠? 체제전환운동이 모두의 운동으로 남을 수 있도록, 와글와글 같이 떠드는 자리를 만들어보면 좋겠습니다. 다음 인터뷰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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