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위원들을 찾아가는 작은 인터뷰 코너! 각 영역과 지역에 있는 조직위원들이 어떤 설렘과 기대를 갖고 조직위원회에 함께 하게 되었는지 나누는 자리가 되길 기대합니다. 아홉 번째 인터뷰에서는 체제전환운동의 맥가이버! 진행팀에서 활동한 랑희, 이현 두 활동가를 소개합니다! 두 분이 활약한 진행팀 덕분에 체제전환운동포럼과 정치대회는 '운동권 행사 같지 않다'는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평을 들을 수 있었다는데…?! 😂

조직위원회 릴레이 인터뷰 ⑨  : 체제전환운동 진행팀 랑희 X 이현
"현장에서 공동의 감각을 만드는 일이 소중하니까요"

Q. 체제전환운동포럼부터 정치대회까지 진행팀으로 활약해주신 이현, 랑희님! 반갑습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이현 : 문화연대 박이현 활동가입니다. 소개할 때 앞산에 불을 끄는 일만큼 너른 삶의 터를 다지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의료에서 응급실만큼 가정의학과가 중요하듯이요. 다양한 시민을 만나는 활동을 지향하고요. 학생 때 <소통/연대/변혁 사회운동포럼>(2007년)에 참여한 이래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그 때의 설렘을 다시 떠올리며 체제전환운동포럼 준비에 함께 했습니다.

문화연대에서는 여러 분야의 사회운동에 함께 하고 있어요. 작년까지는 주로 기후운동에 함께 했는데요, 올해부터는 문화연대 대안체육회에서 본격적으로 스포츠권 운동을 담당하고 있어요.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스포츠권을 위한 프로젝트 ‘호호체육관'이 주요 사업입니다. 그리고 문화연대 문화정책위원회 소속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주요 업무 계획을 모니터링 하는 등 정책 활동도 하고 있어요. 그간 현장 위주 활동을 하다가 정책 활동은 올해 처음 시작했는데, 쉽지 않네요. 성명서 쓰는 리듬과는 또 달라서 적응하는 중입니다. 참, 이태원참사 피해자시민권리위원회에서 시민들과 기록보존활동을 하는 ‘이태원 기억 담기'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랑희 : 인권운동공간 활에서 활동하고 있고요. 여러 활동을 하지만 그 중 집회의 권리, 그리고 집회를 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아요. 뭐라고 해야 할까요… 인권운동은 권리 그 자체에 대한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그 권리를 통해서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하는가, 어떤 변화를 만드는가, 그리고 집회라는 공간이 만들어내는 힘이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에 마음이 가요. 그래서인지 싸우는 현장에 많이 가는 편입니다. 머리 쓰기보다 몸 쓰기가 더 좋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힘들어요. (흑) 집회에서 경찰이랑 상대할 일도 많은데, 그럴 땐 다른 자아가 나오는 것 같아요. ‘내 활동의 힘은 화에서 나오는가’ 그런 생각도 종종 합니다. (웃음)

인권운동공간 활은 인천에 있는데, 인천 지역 기반 활동도 하고 있어요. 주로 하는 건 인천인권영화제! 올해로 29회를 맞게 돼요. 그 중 20년 정도를 함께 했어요. 매해 11월 말 즈음 열리는데, 그래서 10월부터는 보통 영화제 활동에 매진합니다. 영화제 일이 되게 고되고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영화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는 게 즐겁기도 해요. 영화제 밖, 싸움의 현장에서 공동체 상영을 추진하기도 하고요. 그 외에 인천퀴어축제 등 다양한 영역의 인권활동을 하고 있어요.

체제전환운동포럼 3일 내내 진행을 책임지며 자리를 지킨 랑희와 이현

Q. 어떤 기대를 가지고 체제전환운동에 함께 하셨는지, 또 포럼과 정치대회를 치루고 나니 그 기대감들은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궁금해요.

이현 : 4월 10일에 총선이 있었는데, 총선 전까지 실망스러운 장면들이 많았잖아요. 분노를 참으며, 그럼에도 타협하지 않는 입장들을 견지하고 사회운동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동료들을 포럼과 정치대회를 경유하며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런데 여기서 만족감을 느끼면 안 될 거 같아요. 단순히 참여자 숫자로 평가할 순 없겠지만, 정치대회는 애초 목표로했던 400명보다 100여 명이 덜 조직되기도 했고, 정치대회를 통해서 사회운동 내에 정치적 합의를 만들어냈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아요. 안전한 방식으로 첨예한 논쟁들을 피해간 것 같기도 해서 약간은 반성이 되기도 해요. 함께 준비한 누군가를 탓하는 것은 아니고, 나 자신에게 남겨진 고민이에요.

랑희 : 포럼과 정치대회에 엄청 큰 기대나 설레임보다는… ‘더이상은 이렇게 가면 위험해’라는 운동의 위기의식, 변화의 필요성, 절박감을 가지고 체제전환운동에 참여한 것 같아요. 막상 모여보니 저와 달리 설렘을 품고 온 사람들을 보면서 오히려 설레게 되었어요. 위기감이나 변화의 필요는 같이 느끼지만, 내가 느끼는 절박감보다는 기대나 열망의 감정을 품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는 인식이 제게는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많은 고민과 의욕을 가지고 참여한 듯 보이는 더 젊은 활동가들을 보면서 ‘나는 어떤 마음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가’ 나를 다시 보게 되는 거죠. ‘내가 저들과 동료가 되면 좋겠다’ 이런 기대도 생겼던 것 같아요. 알고는 있지만 같이 뭔가 해보지 않았던 이 좋은 동료들과 무언갈 함께 도모해 보았다는 경험, 그리고 동료로 만나는 과정들도 참 좋았어요. 각자 단체 안의 동료도 있지만, 사회운동이라는 큰 틀에서 지향점을 공유하며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운동의 동료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운동의 동료가 있을 때 나의 운동과 태도, 지향을 점검해 볼 수도 있고 기운을 받기도 하고 의지를 다지기도 하고요. 포럼과 정치대회가 동료를 만날 수 있는 운동이어서 너무 좋았어요.

Q. 두 분 모두 포럼과 정치대회에서 진행팀으로 함께 하셨죠. 당일 실무로 바빠서 온전히 참여하기 어려우셨을 것 같은데, 함께 하시면서 어떠셨어요?

랑희 : 내용 차원의 논의들을 많이 못 나눈 건 분명히 있는데, 그 대신 진행팀은 전체를 보잖아요. 진행 일을 맡은 사람이 목격할 수 있는 광경이 있죠. 참가자는 무대만 보고 있지만 우리는 사람들의 반짝이는 눈빛, 골똘히 고민하는 모습들을 보거든요… 공간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눈빛과 에너지가 주는 감각이 있는데, 그 모습들을 볼 수 있어 좋았어요.

이현 : 농담삼아 종종 ’진행팀은 운동권 블루칼라다‘라고 이야기 하는데요(웃음). 정치대회 같은 행사에서 보통 기조, 내용, 이념 등 텍스트들이 앞장서고 형식은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말과 글만큼이나 참가자들이 현장에서 감각으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집회에서 우리는 발언의 내용만큼이나 몸으로 밀고 밀리는 느낌, 함께 같은 공기를 마시며 같은 선율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느낌 등을 나누잖아요. 정치대회에서도 이런 공동의 감각을 만들기 위해 무대 배치 등 세심하게 고민했어요. 예컨대 정치대회에서 종이비행기를 던지는 순서도 메시지를 남기고 교환한다는 의미만큼이나 하늘을 향해서 팔을 휘둘러 던진다는 행위가 중요했어요. 기획 단계에서 반영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이런 걸 기획팀과 함께 설계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Q. 기억에 남는 구체적인 장면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현 : 정치대회에서는 현수막과 각종 설치물 철거를 하며… 하… 백두대간 모양으로 남아있던 타카… 누가 타카로 백두대간을 그려놨어… (눈물)

랑희 : 타카 심 뽑는 게 너무 힘들어서 대관처에 내일 하면 안 되겠냐고 물었는데, 안 된다고 하셨어요. 타카 심을 참 열심히 뽑고 메꿨어요. 그런데 같이 작업했던 민달팽이유니온 동규 님이 타카 심이 빠진 곳에 빠데(퍼티)로 참 예쁘게 메꾸시더라고요.

이현 : 이 정도는 해야 민달팽이유니온 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웃음)

랑희 : 심지어 다음 날 대관처에서 깔끔하게 사용했다고 칭찬과 감사의 인사를 하기도 했어요.

정치대회에서 타카 심 뽑을 힘을 비축 중

Q. 앞으로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 활동에 기대되는 점이 있나요?

이현 : 실은 크게 기대하지 않으려 합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잖아요. 체제전환운동에는 운동사회에서 제가 존경하고, 신뢰하고, 애정하는… 온갖 미사여구를 붙이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 동료들이 거의 다 모여있어요. 이들에게, 아니 우리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아요. 이 조직을 통해서 당장의 커다란 변화를 만들고 싶다기보다, 저는 약간은 소극적인 기대를 갖고 있어요. 지금처럼 그저 꾸준히 또 함께 사회운동을 해나가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랑희 : 포럼과 정치대회에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왔고 또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나눴잖아요. 더불어 한편으로는 책임감과 함께 두려움도 생기는 것 같아요. ‘서로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해야겠구나, 기대가 구체적인 경험이나 행동이 될 수 있도록 해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한 구석에 있는 것 같고. 그런데 우리가 당장에 커다란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래서 실망하지 않아야 할 거 같아요. 다만 우리가 같이 뭔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는 경험들을 차곡차곡 쌓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같이 시도해 보기도 하고 실패도 같이 하면서. 같이 실패하면 안 두려울 거 같아요. 다시 같이 시작하면 되니까. 체제전환이라는 우리의 지향을 확인하면서 서로의 지지대가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뉴스레터를 읽으실 동료들에게 한 마디?

랑희, 이현 : 우리 또 만나요!

맡기기만 하면 물 흐르듯 추진해버리는 진행팀의 랑희, 이현 님! 두 동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멋짐과 자부심에서 진행팀의 탁월한 팀워크를 엿보았습니다😉 나누어주신 고민과 이야기 감사합니다.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을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