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위원들을 찾아가는 작은 인터뷰 코너! 각 영역과 지역에 있는 조직위원들이 어떤 설렘과 기대를 갖고 조직위원회에 함께 하게 되었는지 나누는 자리가 되길 기대합니다. 여덟 번째 인터뷰에서는 수줍지만 강단 있는 시민건강연구소 정성식 활동가를 소개합니다!

조직위원회 릴레이 인터뷰 ⑧  : 시민건강연구소 정성식 활동가
"우리가 하는 활동에 체체전환을 불어넣는다면"

Q. 인터뷰가 너무 긴장된다는 정성식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제 이름은 정성식이고요, 시민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연구소도 소개해도 될까요? 시민건강연구소 잘 모르실 것 같아서요. 건강이나 보건의료 분야에서 진보적인 대안과 담론을 확산하는 학술운동단체입니다. 2010년에 세워졌어요.

시민건강연구소에 오기 전에도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무엇을 해본 경험은 없었어요. 2022년 3월에 들어왔으니까 햇병아리 활동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 말을 잘 못해서 너무 긴장돼요. 이렇게 하면 되나요?

연구소는 건강불평등 문제를 고민하면서 이건 체제의 문제다, 자본주의 안에서는 건강 평등을 향해가는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왔어요. 그런 차에 체제전환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단체들이 모이는 걸 처음부터 주의 깊게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조직위원에 바로 결합하지는 못했어요. 좀 망설였던 거죠. 그냥 저의 성격때문인 것 같은데 제가 좀 많이 망설여요.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하하. 친소관계도 없는데 우리가 체제전환운동 포럼에 가면 '어, 쟤네 왜 갑자기 엮이지?'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이런 걱정도 하고요.

그래도 이런 움직임이 근거리에서 일어나는데 외면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선거도 다가오는데 기성 정치권에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잖아요. 뭐든 해야죠.

Q. 그에 비해서는 너무 열심히 하셨잖아요? 삼일 간의 포럼 내내 접수대를 지켜주셔서 정말 든든했어요.

조직위원 신청을 해 놓고 사실 너무 바빴어요. 정신없이 지내다보니까 벌써 1월이더라고요. 이름만 걸어 놓고 포럼 그냥 가서 열심히 듣고 와야지 생각하는 게 좀 죄송하더라고요. 함께 하는 것은 당연히 책임감이 따르는 거니까요. 그래서 몸으로라도 좀 때워야겠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가 아는 사람이 별로 없거든요. 활동가들을 워낙 모르니까 말 붙일 용기는 없었지만 그래도 가까이서 지켜보고 싶었어요. 하하.

삼일 간 저는 접수대를 맡았는데요, 그냥 명찰만 나눠드렸죠. 단순한 일이라 부끄럽지만 사실 저 개인적으로는 무척 좋은 경험이었어요. 삼일 동안 오간 사람이 700명 정도 되잖아요. 거기서 매일 명찰을 나눠드리니까 진짜 다양한 단체와 활동가, 시민들이 오가는 걸 볼 수 있었어요. 저는 이게 좀 뭉클하더라고요.

평소에 책상에 앉아 연구할 때는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거든요. 내가 공부만 하고 이론적인 것만 보니까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닐까, 사람들은 다 바쁘게 자기 할 일 하면서 사는데 비현실적이고 공허한 주장을 하는 건 아닐까. 그런데 포럼에 온 사람들을 보니까… 사실 이게 어려운 일이잖아요. 시간 내서 먼 걸음하고, 열중해서 토론하고. 보통의 판단이나 확신을 갖고 하는 일이 아닌데. 모두 진지하고 치열하게 이 문제를 파헤치고 있다는 점이 뭉클했어요. 이 인상은 제 평생에 남을 것 같아요.

2월 1~3일 동안 열린 체체전환운동포럼에서

Q. 엇… 저 지금 좀 감동받았어요. 왜 진작 말 안 해줬어요?

저는 이런 얘기를 아무한테도 안 해요. 맨날 혼자 생각해요.

Q. 아니 왜…! 좀 해요!

못해요. 잘 포장도 못하겠고.

Q. 😂😂😂 앞으로는 꼭 합시다.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는 어땠어요?

정치대회는 촉진자로 참여했는데요, 일단 날씨가 너무 좋아서 가는 길에 기분이 좋았어요. 포럼에서 뵌 분들을 또 뵐 수 있어서 좋았고요. 저는 20조에 있었는데, 제가 토론 진행을 잘 못할까봐 사실 너무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20조에 계신 분들이 정말 든든했어요. 질문을 드리면 다들 말씀을 잘 해주셔서. 베테랑 활동가들이니까요.

저희 조에는 노동운동을 오랫동안 해온 활동가가 있었는데요, 노동운동과 사회운동, 진보정당운동이 어떤 실패의 경험을 건너왔는지, 그런 시간을 지나 정치대회에 참여하게 된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는 그런 이야기를 처음 들어보니까 다른 사람이 여기에 온 맥락과 동기를 알 수 있었어서 좋았어요.

정치대회를 처음 들은 2월에는 너무 어렵게 느껴졌거든요. 그 날 같이 머리를 짜내서 새로운 전략을 내놓는 건가? 그렇게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포럼보다 좀 작은 규모로, 서로의 이름과 소속을 알고 부르며 토론할 수 있는 자리였어요. 다른 활동가의 이야기를 긴밀하게 들을 수 있다는 거, 저는 그게 제일 좋은 점이었던 것 같아요.

촉진자지만 제 얘기도 했어요. 저는 건강에 관한 운동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체제전환을 통해 어떻게 건강권을 보장할 것인지도 생각하지만 반대로 어떻게 하면 건강권을 매개로 체제전환을 촉진할 것인지도 고민하거든요. 제 고민을 다른 분들 앞에서 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도 의미가 있었죠. 내년에 포럼이 열릴까요? 만약 열린다면 내년엔 건강과 보건의료 관련한 세션도 꼭 만들고 싶어요.

앞으로도 체제전환의 문제의식을 저희 단체 내에서 환류하고, 비슷한 고민을 가진 다른 단체들을 만나 작은 포럼이나 간담회를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별개의 사업을 벌인다기보다는 우리가 하던 활동에 체제전환이라는 초점을 불어넣는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3월 23일(토) 열린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에서

Q. 저도 비슷한 마음이 들었어요. 새로운 사업이 아니더라도 체제전환을 향해 나아간다는 목표를 잊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 정치대회에 온 모두가 체제전환이라는 강화 포션을 하나씩 나눠가진 것 같지 않아요? 하하.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 해야하는데요, 전국의 체제전환 동료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동지들 이렇게 얘기하는건 좀 쑥쓰러워서 저희가, 라고 할게요. 저희가 열심히 할게요. 이쁘게 봐주세요. 시민건강연구소는 매주 논평을 발행합니다. 프레시안, 라포르시안건강미디어에서 보실 수 있어요. 많이 읽어주세요.

뭔가 걱정이 많은 것 같지만 그에 비해 엄청 강단 있는 속내를 보여준 정성식 활동가를 만나보았습니다. 말을 잘 못 거신다니 모두들 성식 님께 꼭 말걸어주시길😉 소중한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