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전환’ 하자고 모여 있는 우리, 각자는 어떤 현장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지, 체제전환운동 동료들의 고민은 나의 고민과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지 모색해보는 자리로 매달 ‘대놓고 체제전환 수다회’를 열고 있습니다.
"법 오조오억개 만들면 세상이 바뀔까?"
🗓 일시 : 2024년 11월 28일(목) 오후 7시
🏡 장소 : 한국성폭력상담소 지하1층 이안젤라홀 (서울시 마포구 성지1길 32-42)
😻 대상 : 세상을 바꾸고 싶은 활동가 누구나
✍️ 신청하기 : bit.ly/sc1128
🙋이야기 이끔이
– 난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 박상은 (플랫폼C)
– 김동현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OOOO 제정하라!" 활동하면서 많이 외치는 구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법을 새롭게 만들거나 바꾸는 일은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소수자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줄어들게 합니다. 예전에는 당연하거나 사소했던 일이 사회적 문제로 이야기되고 무언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지는 것도 법의 변화와 함께 이뤄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더 잘 싸우고 잘 바꿔보려고 법을 만들었는데 세상은 여전히 그대로인 것 같다고 느낀 적 있지 않나요? 어떤 문제 상황 앞에서 사람들이 법만 찾고 소송만 하게 된다면, 사법적 판단을 받는 것 말고 다른 대응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싸워야 할까요?
한편, 여전히 법과 제도의 영역에 접근할 수조차 없거나 포괄되지도 못하는 이들도 많은 현실! 피땀눈물 흘려가며 작은 조례 하나 만들었는데 선거 한번 치르고 나니 쉽게 사라져버리는 현실까지! 법제도는 어떻게 운동의 힘이 될 수 있을까요? 이번 11월 수다회에서는 '법'을 둘러싼 각 운동에서의 고민과 사례를 나눴습니다.
1. 청소년인권운동에서의 법 제정 운동 경험 (난다)
난다는 청소년인권운동이 학생인권법 또는 학생인권조례를 만드는 입법운동의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 연유를 돌이켜보며 학생인권 제도화의 역사와, 그 과정에서 운동 내외적으로 마주했던 사회적 공론장의 힘 내지 한계에 대해 당시 활동가들이 고민했던 장면들을 함께 이야기 나눠주었어요. 법의 한계를 여전히 느끼고 있지만, 그래도 한국 사회에 최소한의 기준과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 또 입법운동이 필요하기도 하며, 다만 입법운동을 하다보니 국회와 원내 정당을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복잡다단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했습니다. 또, 학생인권 관련 법제의 경우 다방면으로 공격받고 백래시를 겪으며 고립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도 고민이라고 하였어요. 법을 만들고 바꾸는 일이 필요하기도 한데, 그보다 ‘어떻게 운동해야 할까’에 대해 더 많이 상상하고 기획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눠주었습니다.
2. 사회운동과 법, 이런저런 고민들 (박상은)
상은은 ‘인식이 바뀌어서 제도(구조)가 바뀌는 게 아니라 제도(구조)가 바뀌어서 인식이 바뀐다’고 말했어요.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법은 ‘타협의 산물’이라고 이야기 하면서, 그러다보니 ‘사회운동의 요구에서 핵심이 누락되고, 왜곡된 채 법안이 제정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며 이 조건 역시 상수’라고 하였어요. 이 때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그렇다면 사회운동은 법을 통해 구조를 어떻게 바꿀 수 있나’, 그리고 ‘이 과정에서 빠뜨리면 안되는 문제의식은 무엇인가’이며, 이에 대한 고민을 잘 하기 위해 1) 입법운동 과정 2) 입법 후 로 단계를 나눠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해주었어요.
1) 입법운동 과정에 대해서 상은은, 그간 한국의 입법운동은 (1)대중운동을 통한 압박과 입법운동 과정에서의 주체형성을 강조하는 이들(혹은 그런 문제의식), 그리고 (2)국회 중심의 이슈파이팅에 힘 쏟는 이들(문제의식) 간의 갈등, 타협 속에서 진행되어 왔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데 점점 후자가 강화되는 경향이 관찰되는 것이 체제전환운동의 고민일 것이라고 하였어요. 이에 대해, 상은은 입법운동이 사회운동의 강화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사회운동이 축소되기도 하였고, 이는 활동가 재생산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서, 조직가로서 활동가 상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었습니다.
2) 입법 후 과정에 대해서 상은은, 한국은 법과 실행의 격차가 크고, 정부와 기업 입맛에 맞게 신호등을 껐다 켰다 하는 일이 잦다고 하였어요. 이런 상황에서, 입법운동과 구별되는 ‘법 동원’도 중요한 운동의 전술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하였습니다. 한편, 법은 타협의 산물이고, 법은 일부 역할만 담당할 수 있음에도 사회운동이 그 제도에 인식이 제약되고, 운동의 내용을 스스로 협소화하지 않았는지, 운동 스스로도 소위 실력행사를 통해 무엇인가를 쟁취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았는지를 질문했어요. 그리고 상은은 예를 들어, 노동조합의 단체협약의 기본 정신은 법을 넘는 협의가 가능하다는 것이고, 이것이 집단적 시민권의 행사이며, 제도는 이러한 단체행동에 열려있어야 하고, 즉, 의사결정에 법조항과 전문가 의견뿐 아니라 단체행동과 투쟁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하였어요. 운동을 통해 제도화와 동시에 다시 법을 깨고 재구성하는 과정의 반복이 필요하다고요.
3, ‘법을 통한 사회변화’의 가능성과 한계 (김동현)
동현은 법과 사회운동 관계에 대한 미국의 진보적 법이론들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를 소개하였어요. 특히, 법을 통한 사회변화를 긍정하는 견해와, 법을 통한 사회변화를 비판하는 견해를 모두 소개하였는데, 후자의 경우, (1) 취약한 민주적 정당성, (2) 소송 과정에서의 당사자의 부담과 순응 및 소외, (3) 법적 권리의 틀이 가진 한계, (4) 사법부 의존으로 인한 위험, (5) 반발 및 반대운동의 촉발이 있다고 하였어요. 이러한 미국의 논의를 소개한 뒤, 동현은 법치주의를 국가 운영의 기본원리로 작동시키다보면, 사회변화를 위한 법의 적극적 사용에 대한 실천과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기 마련이라고 하였어요. 미국 논의에서도 긍정론과 부정론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절충점으로 수렴하고 있는데, 법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그 부정적 영향을 해소하면서 법을 전술적으로 사용하는, 다시 말해 실용적인 측면에서 법을 통한 사회변화를 꾀하는 방향으로 전개하는 것을 소개하였어요. 동현은 이러한 실천을 변호사활동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틀로 ‘운동변호’라는 개념을 소개하였는데, 운동변호를 거칠게 설명하면, 운동 속에서 운동이 정하는 대의를 실현하는 변호사활동 유형이라고 설명해주었어요. 한국의 공익법운동에서 주도적인 실천론으로 자리하고 있진 않지만, 부정론의 경험과 사례들이 한국에도 없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운동변호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설명하였어요. 마지막으로 동현은, 법 오조오억개 만들면 세상이 바뀔까 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답하면서, ‘하나의 법이라도 어떻게 만드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법을 만들었는데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세상을 바꾸는 데에 있어 법이라는 수단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말로 이끔이 발제를 마쳤습니다.
이끔이 발제가 끝난 뒤, 수다회에 참여한 체제전환운동 조직위 활동가들과, SNS를 통해 참여하게 된 활동가들이 모두 섞여 각자의 운동 진영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다른 곳에서 접해본 적 없는 논의들을 함께 하여 뜻깊다는 소감을 함께 했습니다.
세상을 바꾸고 싶은 활동가들이 실제 현장에서 갖게 되는 고민들 중에, 사회운동과 법에 대한 고민은 단골 이야깃거리이기도 합니다. 입법운동을 하는 나와 동료의 힘을 빠지게 하는 푸념을 하고 싶은 건 아닌데, 하여간에 고민은 고민이었단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 수다회는, 그런 고민들을 건강하게 풀어놓고, 우리가 법을 어떻게 전술적으로 활용하면서, 사회운동을 강화하고 대중을 조직할 수 있는 전략들을 함께 모색해볼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 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세상을 바꾸고 싶은, 체제전환운동 활동가들은 사회운동에 몸 두고 서서, 법과 제도를 어떻게 재구성하고 바꿔가며, 결국 세상을 바꿔내고야 말 것인지, 함께 가벼운 고민 나누기부터 무거운 전략토론까지, 함께 나눌 시간이 앞으로도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 수다회도 기대가 됩니다.
대놓고 체제전환 수다회 12월도 커밍쑨!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에 함께해요
사회운동의 체제전환운동으로의 전환에 공감하는 모든 단체와 개인들을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에 초대합니다.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와 함께 지역과 현장을 무대 삼아 다양한 공동체들을 연결하고, 구체적인 실천을 시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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