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전환으로 읽어드림 No.1 - 2024년 8월 7일자

한국사회-운동의 쟁점을 체제전환의 시선으로 읽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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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 윤석열 정부 저출생·인구 대책
저출산산산산산… 산으로 가는 정부 대책🌋

윤석열 정부가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 ver2.0을 발표하자 또 다시 한숨ver2.0이 흘러나와요. ‘인구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한 이후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했다며 들고 나온 1번 정책이 일명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 대여·메이크업)라 불리는 결혼서비스 불공정 관행 개선이에요. “이게 정말 해법입니까” 의문도 절로 튀어나와요.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됐다고???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비상사태를 두 번이나 언급했어요. 지난 5월 9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기 기자회견에서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면서, 6월 1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는 ‘인구전략기획부’와 저출생수석실 설치를 예고하면서 저출생에 대한 범국가적 총력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어요. 그런데 저출생의 구조적 요인으로 인한 사회문제, ‘OOO는 외면하면서… 인구 국가 비상사태라니’ 하는 비판과 한탄이 끊이지 않았어요.

[잠깐!] OOO에 들어갈 말은? (뭐든 넣어도 다 말이 되는 매직😱)

  • 구조적 성차별은 외면하면서…
  • 청년 노동자의 죽음은 외면하면서…
  • OECD 최고 자살율은 외면하면서…
  • 전세사기, 안정적인 주거 대책은 외면하면서…
  • 불평등과 양극화는 외면하면서…
  • 저출생, 인구 감소가 문제인 건 맞지 않아?👀  

    2023년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갱신하면서 ‘국가소멸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졌어요. 고령인구는 늘어나는데 새로운 아이는 태어나지 않으니, 사회의 재생산과 지속가능성을 누가 지탱할 것인지 우려도 적지 않고요. 그런데 연구자들은 인구 감소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인구감소가 야기하는 인구구조와 기존 사회구조의 부정합’이 문제라고 말해요. 저출생·고령화는 전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사회는 기존 사회구조의 재설계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라는 것. 그 영향을 살펴보면:

    • 아동의 삶은?👼 : 어린이집은 2013년 43,770개에서 → 2021년 33,246개로 줄어들었고, 최근 5년 간 소아청소년과나 산부인과 의원이 대규모로 폐업했어요.
    • 농촌의 삶은?🌾 : 인구가 3천명 이하로 줄어들면 보건의료 시스템부터, 2천명 이하로 줄어들면 의·식·주 중 의식과 관련된 식당, 제과점, 세탁소, 이·미용실 등이 폐업하기 시작한다고. - 한이철 외(2022), 인구감소 농촌 지역의 기초생활서비스 확충 방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 인구에 맞추어 구축된 사회적 인프라가 다시 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축소되고, 노동 구조와 사회공공성 등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무한루프) 결국 시민들의 ‘인간다운 삶’이  어려워질 수 있어요.  
    • 게다가 인구 변동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지역·산업·나이·성별·계층 등에 따라 차별적으로 나타나요. 노동과 경제활동을 비롯해 교육·의료·교통 등 사회필수 영역에서 수도권보다는 비수도권 지역 주민들이, 아동이나 고령층이, 남성보다 여성이… 인구변동의 영향을 더 먼저, 더 크게 겪게 돼요.

    하지만 ‘저출산 문제 맞네’ 할 게 아니에요😖

    윤석열 정부 대책은 현재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성장·경쟁력을 가능하게 해주는 경제주의적 ‘인구’에 초점이 있어요.

    • 🥇인구는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로 전제되고
    • 🔁 그래서 국가 경제를 지탱할 수 있는 머릿수를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하고
    • 👨👩👦 그 방법은 언제나 결혼·출산, 이성애 법률혼 늘리기, 정상가족 지원하기로 귀결됐어요.
    • 🙅 비혼/여성, 고령층, 장애인, 공동체가족, 성소수자 등의 삶이 왜 팍팍해졌겠어요? 인구 생산, 공동체 유지, 사회재생산에 ‘기여하지 않는 존재’라고 취급되기 때문이죠.

    ‘저출산이 문제’라고 규정하는 순간, ‘결국 어떻게든 애를 낳아야…’ 하는 정책만이 해답으로 등장해요. 이런 전제 속에서 역대 정부들 역시 실패를 반복해왔어요.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출산율 ‘회복’을 목표로 내세운 노무현 정부, 낙태 방지 기조가 뚜렷했던 이명박 정부, ‘아이가 행복한 사회’를 아동 권리 확장이 아니라 청년세대 결혼 촉진으로 대체했던 박근혜 정부, 출산율 높이기에서 ‘개인의 삶의 질’로 패러다임 전환을 내세웠지만 노동 개혁과 젠더불평등을 외면한 문재인 정부… 으아아아아.

    그럼 뭐가 문제라는 거야? ‘기존 사회구조’ 바로 체제의 문제🚩  

    윤석열 대통령이 대책으로 ① 일·가정 양립, ② 양육, ③ 주거 3대 핵심 분야에 선택과 집중 하겠다고 해서, 우리도 우선 세 개만 볼거에요.  

    • 🤦🏻일·가정양립? 내 한 몸 건사도 힘든데 정부 머릿속만 꽃밭이네 : 불평등이 심화되고 경쟁과 생존 압력이 커지면서 지금의 청년 세대, 특히 여성 청년은 일·가족 양립이 아니라 ‘노동중심’ 생애가 당연해졌어요. 게다가 ‘결혼하면 낳는다’도 옛말이 된 지 오래. 2015년 이후부터는 기혼 여성의 출산율도 급감하고 무자녀 비율도 증가했어요. 성차별적 노동구조도 변할 기미가 안보이니, 일·가정을 오가는 이중노동에 대한 유보 혹은 거부는 합리적인 선택이 되었고요.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흐름 아래 여성들을 불안정 노동에 적극적으로 배치하면서도 돌봄과 재생산 책임을 계속 개인·가족에게 떠넘기며 가족 변동을 외면해 온 국가 정책의 누적된 실패의 결과라고 할 수 있어요.  
    • 🚧 퍼블릭 케어? 노동구조를 바꿀 생각이 없다는 건 알겠음 : 먹고 살만큼 벌 수 있고 계속 일할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안보인다고 하는데, 국가는 노동자를 확대된 유연근무제로 밀어넣고 가사·돌봄을 저임금 외국인노동자에게 맡기라고 하면서 돌봄의 선택권을 넓혔다고 해요. 부모는 하루종일 일하고 자녀는 하루종일 가족과 떨어져 지내도 국가가 보육·교육 비용을 지원하면 그게 바로 국가책임돌봄이 되고요. 돌볼 권리와 재생산 권리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만큼 장시간·저임금·불안정 노동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건 매우 상식적인 요구지만, 정부는 단 한 번도 전면에 등장시킨 바가 없어요.
    • 🏠 청년·신혼부부·신생아 주거지원? ‘아기 쿠폰’이 없으면 사회보장은 바이바이? : 저출생 예산 중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주거지원이지만, 이것도 결국 ‘대출·이자 지원’으로 요약할 수 있어요. 한국사회에서 주택체계는 ‘중산층’으로의 계층 상승과 정상가족 생애전망을 규범으로 만들어온 핵심이고, '주거공공성은'은 이성애 법률혼 대출 정책으로 대체대로  있고요. 더구나 주거지원 대출의 소득기준 완화는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함께 ‘재생산 불평등’을 심화킬 수 있어요. 소득이 높은 구간의 가족은 출산률에 큰 변동이 없지만, 소득이 낮을수록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고 있거든요. 주거권이라는 보편적 사회보장으로부터는 점점 멀어지고요.

    “모든 것이 문제일 때, 어디서부터 바꿔야 할까? 모든 곳에서 부터!” 지금의 저출생 하락은 한국의 다양한 사회구조가 만들어낸 최종적 ‘현상’에 가까워요. 체제전환운동의 문제의식이야말로 지금 국가의 저출생·인구대책에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입장 | 체제전환의 시선으로
    정부가 산으로 갈 때? 우리는 여기로👻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결부된 정상성 규범을 바꾸는 일

    “이 저출생 대책 속에서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 나이가 어린 사람이, 가난한 자가, 장애가 있는 사람이, 미등록 이주민이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환대받을 수 있을까? 이성애법률혼 중심의 저출생 대책은 단지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친밀한 관계를 맺고, 그런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정주공간을 가지고,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사람의 ‘정상성’을 규정한다. 이성애 정상성에는 이미 나이, 인종, 계급 등 다양한 조건의 정상성이 결부되어 있다.”

    - 가족구성권연구소 논평 (2024.7.3)

    모든 시민들의 평등하고 안전한 삶의 기반을 만드는 일

    “지금 필요한 것은 성차별적인 노동시장의 문제 해결을 비롯한 한국 사회 전반의 젠더 불평등 해소, 주거·돌봄의 공공성 강화, 이주민에 대한 차별 철폐,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구성할 권리 등 모든 시민들의 평등하고 안전한 삶의 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 정부의 저출생 대책을 비판하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문 (2024.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