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이는 것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다른 정보에 비해 의심없이 믿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시각정보👁는 어쩌면 사람을 가장 쉽게 속일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몰라요. 홈리스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말이죠. 매년 동짓날 즈음 열리는 홈리스추모제를 앞두고, 오늘은 홈리스가 보이지 않는 ‘말끔한 도시’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거나 볼 수 없는지 이야기해볼까 해요.
홈리스, 보이지 않을 뿐
홈리스가 없는 사회는 없어요. 다만 과거, 도시화가 덜 진전된 사회에서 홈리스 문제는 눈에 덜 띄었을 뿐. 1950년에는 세계 25억 인구의 70%가 농촌 지역에 살았지만 → 오늘날 전 세계 인구의 55%가 도시에 밀집해 있어요. 그리고 바로 그 도시에서 홈리스들이 살아가고 있어요.
계속 늘어나는 홈리스와 홈리스 상태📈
- 홈리스가 발생하는 이유는 다면적이에요. 저렴한 주택의 부족, 사회서비스 민영화, 주택 가격의 상승과 금융화, 빠른 도시화와 빈곤, 실업과 가족 해체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쳐요.
- 세계 인구의 약 2%가 집이 없는 것으로 추정되고, 세계인구의 20%인 약 16억명이 적절한 주택에 살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유럽의 경우 2018년 대비 2022년 노숙 인구가 30%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가 있기도 해요.
한국에도 홈리스가 많냐고요?☃️
- 한국에서 홈리스가 중요한 사회문제로 등장한 건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실직 노숙자’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왔고, 이들에 대책을 마련하려는 시도도 여럿 있었어요. 그런데도 왜 홈리스 문제가 종식되지 못했나?! 시설 중심의 알량한 대책도 문제지만, 사실 가장 심각한 것은 빈곤 그 자체예요.
- 한국의 빈곤율은? 1995년에는 8%대 였어요 → 그러다 1997년 IMF 직후 12%로 치솟아요 → 2022년 현재는 15% 수준이에요. 그 사이 한국은 무척 잘 사는 나라가 되었지만, 더 많은 빈곤을 영속적으로 발생시키는 사회가 된 셈😱😭
홈리스 vs 홈리스를 만드는 사회, 모가 문제다?💣
- 홈리스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 될 때, 우리사회가 만드는 ‘빈곤’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보다 홈리스의 위생상태, 정신질환, 알콜중독 여부와 같이 눈 앞에 보이는 것들만 다루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해요.
- 홈리스를 발생시키는 빈곤보다 홈리스 그 자체를 더 중요한 사회위협으로 생각하기도 하고요.
한국사회가 집이 없는 사람을 대하는 법
그런데 홈리스 존재 자체를 사회위협으로 생각하는 사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냐고요?
🚷 홈리스? 조사해! (feat.가난이 죈가요)
- 정부는 일명 ‘묻지마 범죄’ 이후 대책이랍시고 무장한 경찰을 공공장소에 배치했어요. 이상행동자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하겠다고도 했고,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큰 중증정신질환자를 법원 결정에 따라 입원하게 하는 ‘사법입원제’ 도입 검토를 지시하기도 했어요. 근데 범죄예방 효과는 없고… 범칙금만 3배 급증했다는 뉴스만이… (또르르)
- 근데 이런 조치의 실질적 효과는 엉뚱한 데서 나타났다? 바로 홈리스 불신검문 강화로… (또르르x2) 이상동기 범죄에 대응한다며 경찰이 조직 개편에 나선 지난 2월 이후, 서울역 등지에서는 불심검문이 늘었어요. <홈리스행동>의 조사에 따르면 홈리스의 절반 이상(51%)이 지난 1년간 경찰로부터 불심검문을 받았다고😡 이 중 94%가 불심검문 이유를 전혀, 혹은 거의 설명하지 않았다고🤬 응답했어요.
- 지적장애인이 칼을 들고 거리를 배회했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수감되는 사건도 발생했어요. 결국 이 사건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어요. 하지만 경찰의 특별치안활동이 선포된지 2주째, 경찰수사 6일만에 속전속결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건… (원래 이렇게 부지런했나🙄) 결국 ‘잠재적 가해집단’으로 가난한 이들을 지목한 셈.
🧹홈리스? 치워! (feat.방법도 가지가지)
사실 이런 시도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 미국의 많은 도시들에는 ‘앉기-눕기 금지 조례’가 있어요. 공공장소에 앉거나 눕는 행위를 경범죄로 간주해 처벌한다고. 이 조례를 활용해 홈리스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벌금을 내지 못하면 구속되는 거죠.
- 태풍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홈리스에게 수갑을 채워 연행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도 벌어져요.
- 홈리스가 머무르기에 불편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적대적 건축’(hostile architecture)을 활용한다는 이야긴 유명하죠.
🔥 홈리스? 감히… (feat.범죄자되기 순식간)
홈리스에 대한 일종의 ‘범죄화’는 홈리스 상태를 빈곤의 결과로 이해하면서 원인을 해결하는 사회적 노력보다, 사회로부터 홈리스를 분리하려는 행동을 더더더x 증폭시켜요.
- 미국에서 일어난 ‘조던 닐리 사건’이 바로 대표적 사례 : 2023년 5월 지하철 퍼포먼서이자 홈리스인 30대 흑인 조던 닐리는 지하철 바닥에 옷을 집어던지며 “배고 고프고 목이 마르고 절망적이다”, “죽을 준비가 됐다”고 소리를 질렀어요. 이를 본 해병대 출신 다니엘 페니는 질서를 지키기 위해 그 자리에서 조던 닐리의 목을 졸랐고요. 도널드 트럼프를 비롯한 보수 정치인들은 페니의 행동을 ‘용기있는 행동’으로 칭송했다고…? 재판 과정에서도 닐리가 중증 정신질환을 갖고 있다는 점, 그럼에도 타인을 위해하려 한 적은 없었다는 점 등은 중요하게 고려되지 않았다고…? 페니는 살인이 아니라 과실치사형만을 선고받았어요.
- 지난 미국 대선에서도 화두로 떠오른 홈리스 문제 : 지난 20년 간 미국의 홈리스 정책은 ‘주거 우선’(housing first)을 기조로 해왔어요. 바이든은 저소득층을 위한 저렴한 주택 공급이나 쉼터 확대 계획을 발표했고요. 바이든을 공격하기 위해 트럼프는 “왜 범죄자에게 공짜로 집을 주느냐”고 따져물었고, 곧장 홈리스 대책을 중심으로 격렬한 다툼이 됐어요. 거리 생활을 불법화하고 강제철거 하거나, 홈리스들을 처벌하려는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시작됐다고 해요.
홈리스가 돈이 되는 시장이 있다?!
홈리스를 표적으로 한 범죄🎯
홈리스가 사회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예요. 거리 홈리스를 표적으로 한 범죄는 더 많이 발생하고 있고, 그 범죄의 범위도 수위도 모두 위험을 넘어선지 오래😖
- 이 정도는 기본? 서울에서 노숙하거나 고시원·쪽방 등에 사는 5명 중 1명은 금품갈취나 절도 피해를 입은 적이 있어요. 거리 홈리스들을 대상으로 한 끈질긴 괴롬힘과 묻지마 폭행도 끈질기게 계속되고 있고요.
- 생계비나 잠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 혹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 명의를 대여하거나, 거리 생활로 신분증을 분실하거나 강압적으로 빼앗기면서 명의를 도용 당하거나… 홈리스 상태의 어려움을 잘 알고 노리는 명의대여 및 명의도용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매우 쉬워요.
- 술이나 담배를 사주겠다며 홈리스를 꾀어 환자로 만들고, 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당한 요양급여를 받아먹는 유인입원 사건도 계속 벌어지고 있어요. 당연히 홈리스를 환자로 계속 붙잡아두기 위해 퇴원 의사를 확인하지도 않고, ‘염전 노예’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천인공노할 일이라며 분개하지만, 향정신성 의약품을 의사 서명도 없이 처방하는 등의 불법도 만연해요.
- 그렇게 구출된 ‘염전 노예들’은 다시 염전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하기도…. 물론 이것을 선택이라 할 수 없어요. 오랜 빈곤 그 자체가 모든 선택지를 없애왔기 때문. 우리가 개인의 일탈에만 분노하고 사법적인 단죄에만 집중한다면 이런 문제들은 해결되기 어려워요.
홈리스를 대상으로 판치는 ‘빈곤 비지니스’💸
그런데 단순히 범죄만이 문제가 아니라고. 지금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빈곤을 만드는 구조와 더불어 빈곤을 착취하는 시장 또한 존재한다는 사실😨
- 더 비싼 값을 매겨라💎 : 가난한 이들, 특히 거처가 없는 이들은 다양다종의 부당한 일에 꾀어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숙식을 제공한다고 해서 갔더니 불공정한 계약과 함께 턱없이 열악하거나 가혹한 환경의 일자리인 경우가 대표적이에요. 쪽방의 평당 월세는 강남 고급주택보다 비싸고, 복지 수급자인 주민들의 주거급여는 건물을 소유한 사람들의 주머니로 고스란히 이전 되고요. 가난한 이들일수록 더 높은 이자를 내고 돈을 빌려야 하는 대출 시장 역시 마찬가지.
- 개인정보와 신용을 빼앗아라📑 : 이마저 어려워진 이들에게 접근하는 것은 다름 아닌 신용사냥꾼이에요. 홈리스의 개인정보를 빼앗아 불법도박장의 바지사장으로 만들거나, 수채의 대포차량과 대포통장의 주인으로 만들거나, 전세사기 가해자로 둔갑시키기도.
- 마지막은 사회권🌪 : 이른바 ‘사회적 입원’을 선택하는 이들은 아파서가 아니라 갈 곳이 없어서, 먹고 쉴 곳이 필요해서 생활시설이나 요양병원에 가게 돼요. 그리고 이들을 통해 의료수가를 벌어들이는 병원과 시설들이 있고요.
홈리스 강제퇴거는 ‘빈곤의 형벌화’
누가 민간기업이 사람 내쫓을 권한을 주었나
- <홈리스행동>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간 공공장소에서 퇴거를 요구받은 홈리스의 비율은 34.6%, 이들 중 거리에서 생활하는 홈리스는 75%로 절대 다수를 차지해요.
- 그런데 홈리스들을 쫓아내는 손, 퇴거 행위의 주체가 달라지고 있어요. 과거 홈리스 강제퇴거는 주로 공공장소에서 공권력에 의한 퇴거가 중심이 되어 왔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공공기관에서 민간기업에 의한 퇴거가 점차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나요.
- 누가 쫓아내냐면👮 : 2011년에는 경찰 혹은 철도경찰로부터 쫓겨났다는 응답이 54.6% + 민간 경비원은 27.2%였다면 → 2024년에는 경찰과 철도경찰은 7.4%인 반면, 민간 경비원의 비중이 77.8%로 높아졌어요.
- 왜 이런 일이 벌어지냐면🚧 : 이는 지하보도, 기차역과 광장에 대한 상업적 지배력이 확대된 결과예요. 도시 공간의 공공성이 해체되고, 공공공간의 상업화가 진행되면서 민간기업의 노동자들이 홈리스 시민을 내쫓는 일이 증가하는 거죠.
우리 사회가 만들어온 빈곤의 결과를 봐야
- 도시가 고급스럽게 변할 때마다 가난한 이들의 자리가 가장 먼저 사라져요. 그럴수록 홈리스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밖에 없고요. 즉, 홈리스는 화려해진 도시의 결과에 가깝지만 도시 미관에 어울리지 않는 문제 그 자체로 지목되고 있어요.
- 최근에는 홈리스를 대상으로 한 개인 방송과 이들에게 영향을 받은 개인들의 괴롭힘이 문제가 되고 있어요. 이는 개인의 일탈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가 가난한 이들을 거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문제에 가까워요.
- 거리 홈리스를 ‘사회적 위협’으로 만드는 관점, 거리 홈리스를 사회로부터 분리하고자 하는 욕망은 어디에서 자라는 걸까요? 홈리스를 없애는 젠트리피케이션과 도시공간의 변형, 괴롭힘을 일삼는 사람들로 인해 갖게 된 심리사회적 외상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 온 빈곤의 최종적 결과라는 인식을 만드는 것부터가 절실한 과제예요.
지금 도시화된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홈리스에겐 어떤 연대가 필요할까요? 우리 모두를 괴롭히는 집 문제와 더불어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빈곤의 극심한 형태가 바로 거리 생활이자 홈리스 상황이라면, 여기에서부터 함께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홈리스는 차별받고 있다. 행색이 초라하다는 이유로, 구매력이 없다는 이유로, 짐이 많다는 이유로 공공장소를 이용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 행인을 위협하는 존재로, 불법적인 존재로, 무질서한 존재로 낙인찍혀 모두가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공공장소에서 강제로 퇴거당하고 있다. 홈리스 상태에서 공공장소 이용 권리의 박탈이란 곧 존재의 삭제를 의미한다. 사적 소유가 질서인 세상에서 소유할 수 없는 사람들은 갈 곳이 없다. 공공장소에서 벌어지는 홈리스 퇴거 행위의 저지와 홈리스의 공공장소를 포함한 지역사회 내 공존할 권리의 보장을 위해 아래와 같이 선언한다.”
- 홈리스의 공존할 권리 선언문 (2024. 9.26)
매년 동짓날 즈음 삶을 마감한 홈리스 당사자를 추모하고 홈리스의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홈리스 차별을 넘어 공존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연대의 발걸음, <2024 홈리스 추모행동>으로 내딛어 봅시다!
- 12월 12일(목), 17일(화) 13:30/14:30 동자동쪽방촌 다크투어
- 12월 18일(수)
- 15:00 동자동 쪽방에 대한 ‘주민등록 전입신고 수리거부 처분 취소’ 선고 기자회견, 서울고등법원정문(서문삼거리)
- 거리홈리스 퇴거·형벌화 조치의 역사를 다룬 거리사진전 (시간, 장소 추후 공지)
- 19:00 청소년홈리스 낭독공연 <모두에게>, 아랫마을
- 12월 18일(수)~20일(금)14:00~17:00 홈리스 기억의 계단, 서울역 광장
- 12월 19일(목) 11:00 고시원 거주자의 취약한 주거실태 고발 및 서울시 정책 개선 권고를 위한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국가인권위원회 앞
- 12월 20일 (금) 19:00 2024 홈리스 추모제, 서울역광장 (14:00부터 사전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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